이월을 보내며 ㅡ 은모래
얼었던 강물이 풀리고 유유히 흘러가며
새로운 계절의 빛을 안고 희망의 꽃을 이야기하던 지난 날들
너와 함께 하였음이 참 감사하고 고마왔다
나 네게 준 것 기억나지 않지만 너는 나에게 가끔 하이얀 눈발을 뿌리며
내 가슴을 어린아이처럼 환하고 기쁘게 하여 주었고
빈 가지 목 마른 나무에게 봄의 꿈을 알리는 비를 내려 주었지
이월, 나의 벗이여
이렇듯 세상의 온갖 풍요함으로 나의 마음을 채우고 떠나는 너에게
이별의 슬픔 따윈 생각지 않으리라
이별의 눈물 또한 내보이지 않으리라
등 돌리며 떠나는 네 모습을 바라보며
이 아침 기쁨으로 너를 향해 손을 내민다
떠나며 내게 안겨줄 선물이 너무 감사하고 고맙구나
낭랑하고 맑은 아침 햇살은 여전히 눈부시게 우리 곁을 비추이며
빈 들에 쓸쓸한 정원에 새꽃을 피우게 하겠지
네가 있음으로 즐거웠고 네가 떠남으로 이렇게 세상이 다시 환하게 꽃처럼 피어나리니
나 어찌 너를 슬퍼하며 보내리 잘 가 이월아 잘 가거라
내 너를 참으로 사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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