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하나의 사랑을 기다리며 / 은모래
삼월의 언덕너머로 등 돌렸던 사랑이 찾아 오려나 봐
꽃향기 가득한 바람을 타고 흔들거리며 찾아오는 너의 환상
미풍에 묻어오는 부드러운 속삭임
세월은 흘러도 그 목소리 변함없구나
산과 강 풀과 나무에 새롭게 거듭날 생명의 환희에 젖어
세상은 새로운 빛을 발하고
사랑에 서툴러 떠나보낸 이의 가슴에도 머무렀을 봄바람이
못난 내 얼굴을 자꾸 간지럽힌다
낮은 목을 뽑아 사슴의 긴 목처럼 내밀고
봄바람이 스쳐간 향기를 음미하면
머지 않아 사랑의 긴 편지를 들고 내 앞에 나타날 것만 같아
가슴 들떠는 삼월 중순의 오후
그리운 이여
그대 어둔 가슴에도 다시 불 켜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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