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시와 노래여 아름다와라

은모래 강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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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모래 사진

■그 겨울이여, 안녕!

신 애 2006. 2. 3. 00:20

 

봄의 소리, 立春의 노래

 

■비엔나의 J. 시트라우스 상ㅡ.

 

장려한 대리석 릴리프 아래서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나는 그 댓돌 위에 서 있었다. 여행 기념 앨범이다. 이 기념상은 E. 헤르마가 구상했으며 1921년에 제막됐다.

 

J. 시트라우스(아들 1825-1899)는 비엔나 출신이다. 고향의 거리, 비엔나에 많은 왈츠와 오페레타를 남겼다. 파란 많은 생애, 휘황한 영광의 인생을 보낸 후 타계했다.

시립공원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저 위용! 二月의 천재는 신명나게 《봄의 소리(Voice of Spring)》를 연주한다. 이 밝고 경쾌한 3 박자 계열의 왈츠는 전쟁에서 프러시아에게 무너진 상실감을 재생으로 회복하게 했다.

 

Voice of Springㅡ. 물론 비엔나 풍 왈츠는 아니었다. 그러나 다이내믹한 화음으로 도입된 반짝이는 론도 형식에, 간결하고 조직적인 구성미가 일품이다. 이 음률이야말로 곧 `입춘(立春) 을 심벌라이즈한다.

 

입춘대길 건양다경 (立春大吉 建陽多慶) ㅡ봄이 되니 크게 좋고 볕들어 기쁨 많아라)  지난 겨울 액운이 겹쳤던 생활인에게는 빛나는 일들이 새 봄과 함께 기폭처럼 팽창했으면 싶다...

봄의 소리... 겨울이여 안녕! 기분부터 상쾌하다. 흥겨운 까치 울음 따라 마음이 들뜬다. 하루의 행운을 예약한 듯 흐뭇함을 감출 수 없게 한다.

 

■立春 날의 나들이 옷과 음식ㅡ.

 

 복장의 감각이나 입맛이 여느 때와 다르다. 설날이 立春 보다 빠른 해는, 명절의 화사한 설빔에 가풍처럼 전해오는 전통적인 요리 솜씨가 한 집안의 명예와 긍지를 좌우했다.

 

이와 반대로 立春이 설 보다 2주일 앞에 있는 2007년 같은 해(설 2월18일)는 설빔 다음 가는 옷맵시에 요리도 산채(山菜)가 고루 갖추어져야 했다. 그러니까 옛 시대는 중국풍습을 본받아 立春문화도 대륙 풍이었다.

이날은 눈 속의 이른 봄 푸성귀를 시식한다. 立春과 관계 없이 지금은 재배사에서 기른, 겨우살이, 봄 채소 뿐 아닌, 사철 나물이 백화점이나 마트에 나와 있지만 먼 옛날의 채반(菜盤) 꾸미기는 자연산으로 차려야 했다.

 

東晉(317-420)시대 李鄂의 저서 《척유(蹠遺)》는, 立春 날 이웃을 불러 맛깔스런 무 채와 미나리 무침을 대접했다고 했다.

五代 시대(907-960)에 王定保가 쓴 《당척언(唐蹠言)》 또한 시인 蘇軾의 친구 宋나라 趙氏(安定郡王)가 자극성 있는 다섯 가지 매운 나물 무침(五辛菜)을 차려냈다는 기록이 보인다.

 

이 같은 생채 나물 요리는 杜甫의 시 《立春》의 `입춘 날 봄상에 가녀린 생채(春日春盤細生菜)와 蘇軾의 시《送范德孫》의 `파란 쑥, 노란 부추가 봄 채반에 오른다(靑고黃菲試春盤) 등으로 소개돼 있다.

 

■아름다운 문장의 춘첩자(春帖子)ㅡ.

 

사대부 집 지식인 사회 풍습으로 立春날 유행처럼 즐겨 이를 써 붙였다. 전래의 상류계급은 장식하는 문구를 새롭게 해마다 바꾸었다. 주로 古詩에서 제재를 얻었다.

 

立春 날에는 설에 쓸 첩자와 端午 날 붙일 端午帖도 함께 준비했다. 端午 날 작품은 두 자씩 `신차(神茶) `울부(鬱부) 두 장을 대문에 붙였다.              오늘에 와서는 이 사치스런 유행도 고풍스러워졌다.

 

가풍의 전통을 중시하는 집안은 대구어(對句語), 또는 대련(對聯)을 선호하는 춘첩 쓰기 행사를 지켜온다. 특히 이날은 집안 어른이 직접 보리밭에 나가 한 해 농사를 보리 뿌리로 점쳐본다.

 

제비 뽑기 식으로 딱 한 번 뽑은 보리 뿌리 가닥에서 풍흉 평년작 등을 알아냈다. 곧 세 가닥이 넘을 때 풍년이 들고, 두 가닥이면 평년작이며, 외가닥일 경우 흉년이다. 立春 날 교외에 나가는 이는 뽑기 재미도 해봄 직 하다.

 올 立春 음식은 설 날 맛 볼 기회가 없었던 싱그러운 고랭지 산채가 좋을 것이다. 백화점 보다는 할머니들이 모여 파는 마을 시장에서 희귀 산나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옛날엔 오늘의 온실 재배처럼 움을 만들어 식물을 재배했다. 움 파, 멧갓이라는 개자 잎, 움에서 큰 당귀 잎 승검초 이 모두 입맛 돋우는 진미였다.

 

 ■서낭당 당산나무 제례ㅡ.

 

봄의 생명력이 식물의 성장에서 시작되는 立春에 인간도 마을을 지켜오는 당산나무처럼 착실히 생존하는 의미에 충만해 있음을 이 나무를 두고 우러르게 된다.

 

인간의 삶을 전적으로 주기적 또는 순환적인 자연의 힘과 변화에 의지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의 조상은 이날 성수(聖樹) 당산나무 가지에 색깔 고운 천 조각 들을 금줄로 두르고  그 뿌리에 제주를 몇 번 붓는다.

 

이날 고령의 제주는 풍요로운 농사와 여성, 가축의 다산, 마을의 행운을 축수한다. 이제 태양은 날로 새롭다.

 늦가을 나뭇잎이 지고 태양이 빛과 열을 잃을 때, 죽음의 도래를 막으려고 애써온 일체의 노력이 허사였던 현실에 실의와 불안으로 좌절해 있었다. 그 같은 환멸에 조우 되기까지 너무나 무력한 인간은 얼마나 자신과 의욕에 넘치는 삶을 지속해 왔던가?

 

우리는 小寒ㆍ大寒이 지날 때, 그 벅찬 소망을 추구해야 한다고 애써 창조했던 장한 꿈이 모두 새롭고 진취적인 작용에 도움을 일구어 주었다는 환희를 立春 날 고스란히 확인하게 한다. 우리를 울렸던 그 겨울이여 안녕!

봄의 소리ㅡ.  J. 시트라우스의 왈츠는 마음의 밭에 씨 뿌리게 하는 생명의 소리로 울려온다. 우리의 가슴은 장미처럼 향기롭고, 괭이와 호미 든 팔이 햇살 아래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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