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르의 광활한 밀밭...
언젠가 마른 먼지 폴폴 묻어나는 농로를 걷다가
고흐의 마지막 작품
까마귀 나는 밀밭을 생각했었네
오늘은 그 그림을 올려 본다네
그의 마지막 예술의 혼을 불 태웠던 밀밭
노오랗게 무르익은 밀들이 제 맘대로 출렁거리고
검푸르게 채색된 스산한 하늘은
어디 슬픔과 고독의 빛 뿐이랴
음침한 사망의 짙은 그늘이 보이지 않나
강렬한 붓의 터치로 묘사한 곡선과 점들로 구성된 시대의 대작
이제는 정지된 세월에 묻혀 버렸지만
그가 머물다가 간 그 밀밭에서 그가 못 다 그렸던
남은 스케치를
나는 가슴으로 그리며
해 저무는 들녘을 다리가 아프도록 걸었다네
서른 일곱,
짧은 그의 생애에 비하면
난 너무나 많은 세월을 살아왔네
살아 더 남길 것이 무어 있으랴
내 마지막 혼을 불 태울
나의 밀밭은 어데 있는가
오늘은
생각이 참 많아지는 날이네
저 풍경화에 꿈틀대고 있는 곡선의 터치 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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