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에게 ㅡ 은모래 박신애
지난 밤 불 밝히던 달 달아나고
어둠도 스스로 물러난 새벽
노오란 카펫 깔고 눈 뜨는 낙엽아
평생을 함께하자 약속하던 친구들
바람따라 자유로운 여행을 가고
이름없어 더 쓸쓸한 오솔길에서
몸부림치며 흐느끼는 너 낙엽아
오늘 내가 너를 좀 밟아도 되겠느냐
갈 길은 멀고 알 수 없는 생의 끝을
생각지 말고 오늘은 네 가슴을 밟고 싶구나
세월속에 묻혔던 사랑의 열정을
때깔 고운 네 가슴에 잠겨있는 뜨거움을
홀홀 태워 너와 함께 뒹구르고 싶구나
타다남은 11월 숲 불에서
그슬린 상실의 꿈을 주으며
네 젊은 봄날 태우지 못한 사랑의 열정을 다시
흔들어 깨우지 않으려나
타오르는 금빛 황홀한 멜로디로
아름다운 삶의 절정을 함께 노래하지 않으려나
낙엽
낙엽아
낙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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