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시집 하나 제대로 없다 아니 없어진지 오래다
시를 읽으면 모호한 문장에 어려운 단어에 머릿 속이 더욱 혼미해지더라
그냥 눈을 감는다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그 이야기를 듣는다
꽃을 상상한다 꽃들이 내 뿜는 향기를 맡으며
그들이 도란 도란 속삭이는 이야기를 듣는다
찡그렸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고
닫혔던 귀가 열리고 입이 열리면서 웃음이 새어나온다
어느 새 나는 또랑 또랑 맑은 물 소리를 듣는다
가만 가만히 그 물소리와 함께
계절의 옷자락을 적시며 젖은 채로 그렇게 흐르며 간다
마음의 고요한 떨림 그리고 흔들림
둥둥 종이배가 되어 떠내려가기도 하고
한 점 구름이 되어 그 물결 위로 흘러간다
손을 든다 그리고
나만의 그림을 그린다
저들이 가만 가만 나를 이끄는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