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울은 쓸쓸한 침묵의 영상을 남기고 갔다
우리 곁을 떠나갔다
음울하고 침체된 밀폐된 공간에서 무거운 숨을 거두고 저 멀리로 사라져 갔다
그리고 오늘 내리는 비는 나와 나무들과 숲과 우주를 말갛게 씻기는 하늘의 정화 작업
살아 숨 쉬는 동안 수 많은 이별을 하고 다시 만남의 미학을 터득하면서
새 하루를 맞이하는 나의 마음은 이제 무덤덤하여지고
세월이 흐르는대로 나의 무딘 손끝을 매만지며 하루 하루 일기처럼 글을 쓰는 것이
이제는 익숙한 나의 일과가 되어버렸다
부슬부슬 소리없이 봄비가 내리는 날
일상의 모든 일들 다 제껴두고 한적한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고 싶은 날
자칫 우울모드에 빠지기 쉬운 이 날 경쾌한 봄의 왈츠를 들으며
따스한 봄바람에 점점 자유로이 흩날리는 비처럼 음악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