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가
가슴을 울리는 한 편의 감동적인 영화를 보거나
종일 앉아서 곤한 줄도 모르고 읽을 수 있는 책 한권을 만났을 때
또는 감미로운 음악을 듣거나 혹은 한편의 마음에 드는 시에 눈이 번쩍 뜨일 때,
그 때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면 ...
아니면
어느 무명의 화가가 그리고 간 그 오묘한 색의 향연앞에 넋을 잃고
촛점 흐려진 시야속에 상상도 못했던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를 보았을을 때
그 때의 감격을 제대로 표현할 수만 있다면....
혹은 광활한 우주의 신비는 아니더라도 일상의 조그만 사물이나 풍경에
잠시 마음을 옮겨 그 곳에서 속삭이고 있는 무언의 멧세지를 들을 수만 있다면....
나의 이 자판을 두드리는 손은 예전같지 않을 것이다
그 때가 올런가.. 아니면 영영히 이 모습 이대로 살아 가게 될 것인가
삼월17일 오후 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