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 마지막 날에 ㅡ 은모래
오늘 내가 사랑하는 것은
배롱나무 아래 부스러진 달빛을 힘껏 껴안고
온 몸으로 흐느껴우는 쓰르라미 소리
언제나 가슴으로 먼저 오는 가을을 이고
일정한 선율이 없어도 감동의 눈물을 짓게하는
한 마리 풀벌레의 애절한 곡조가
노래에 메말라가는 나를 이끈다
출생에서 마지막 죽음까지
짧은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나뭇잎 흩어지는 언덕길에서
감동의 한 편의 시를 기다리는 가을 날
마음을 울리며 조용히 눈물짓게 하는 것
쓰르라미 소리 외 또 어디 있을까
물에 뜬 풀향기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떠올리는 노 시인을 생각하며
가을이 던져주는 풀벌레 한마리의 삶을 바라보며
나는 무슨 시를 남길까
기다렸던 구월이 떠나고 이제 내일이면 시월인데
오늘도 멋진 시 한편 남기지 못한 채
달그락 달그락
낡은 컴퓨터 앞에 앉아 쓰르라미의 애절한
곡조없는 노랠 듣는다
지금 이 시간 내가 다시 사랑해야 할 것은
달빛 아래 내 가슴 가득
고독으로 짓누르는 슬픔이 깨어지고 부서지는 소리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면 한 편의 멋진 시가 나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