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시와 노래여 아름다와라

은모래 강가에서

은모래 강가에서

2024년 뜨락에서

구월 마지막 날에

신 애 2024. 9. 30. 06:24

 

구월 마지막 날에 ㅡ 은모래

 

 

오늘 내가 사랑하는 것은

배롱나무 아래 부스러진 달빛을 힘껏 껴안고

온 몸으로 흐느껴우는 쓰르라미 소리

 

언제나 가슴으로 먼저 오는 가을을 이고

일정한 선율이 없어도 감동의 눈물을 짓게하는 

한 마리 풀벌레의 애절한 곡조가 

노래에 메말라가는 나를 이끈다 

 

출생에서 마지막 죽음까지 

짧은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나뭇잎 흩어지는 언덕길에서

감동의 한 편의 시를 기다리는 가을 날

마음을 울리며 조용히 눈물짓게 하는 것

쓰르라미 소리 외 또 어디 있을까

 

물에 뜬 풀향기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떠올리는 노 시인을 생각하며

가을이 던져주는 풀벌레 한마리의 삶을 바라보며

나는 무슨 시를 남길까  

 

기다렸던 구월이 떠나고 이제  내일이면 시월인데

오늘도 멋진 시 한편 남기지 못한 채

달그락 달그락

낡은 컴퓨터 앞에 앉아 쓰르라미의 애절한

곡조없는 노랠 듣는다

 

지금 이 시간 내가 다시 사랑해야 할 것은

달빛 아래 내 가슴 가득  

고독으로 짓누르는 슬픔이 깨어지고 부서지는 소리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면 한 편의 멋진 시가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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