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시와 노래여 아름다와라

은모래 강가에서

은모래 강가에서

2024년 뜨락에서

추분에

신 애 2024. 9. 23. 06:11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저항하며 쇠잔해가는 빛의 날개를 끌어들여

공허한 낙엽에다 잘근 잘근 부수어 놓고 오색 만찬을 준비하는 추분이다

머지않아 또 하나의 계절의 등장을 시위하듯 곧 낙엽은 떨어질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게 힘 없이 떠나갈 테고...

 

살갗이 거칠고 앙상한 뼈만 남을 고독의 뿌리를 안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그 마른 가지 가지마다 공허한 잎들의 미세한 떨림을 느껴보며

나의 가슴도 왜 이렇게 긴장감이 도는지...

더듬거리며 재미없는 자판을 툭툭 건드리다 남은 가을을 생각하는 이 아침

역시 가을이 무르익기도 전에 조락을 생각하는 나의 이 성급함

멀지 않았다 나의 끝 날이..

이렇게 남은 길을 헤아릴 수 밖에 없는 황혼의 언덕에 서서

남겨 놓은 것 거둬들일 열매를 계산해 보는 가을의 쓸쓸함

 

어디선가 풍겨오는 그윽한 국화 향기

내가 심지도 않고 물 주지도 않았는데....

다시 가을비 내리는 계절의 분기점,

이 날이 바로 추분, 낮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이란다

 

 

 

 

 

 

백로와 한로사이 오늘은 추분 

춘분과 반대방향으로 거스리는 추분이다

가을은 아름답게 무르익어 가지만 머지 않아 붉게 앓누울 단풍

처절한 아픔에 시달릴 계절이 시작되고 있다

 

여름을 잃고 날이갈수록 쓸쓸해지는 가을은

사랑하던 연인들의 이별 뒤끝처럼 하나 둘 소리없이 떨어지는 아린 추억들을

세상 어둡고 그늘진 곳곳마다 조용히 쓸어담고 있지는 않을런지

생각하면 허전하고 쓸쓸함이 가득 배인 가을

 

내일을 모르고 사는 우리에게 짧은 가을이 지나면 곧 겨울이 오리라는

분명한 자연의 진리를 예측하는 이 절기앞에 서서

내 마음도 한동안 몸살을 앓을 것 같다

 

2013/9/23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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