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바다를 생각하며 ㅡ 은모래
떠나가는 마음의 부피만큼이나 어지러이 널브러진 지난날의 잔상들
부끄러움 없이 하나 둘 벗고 너 떠나는 뒤를 따라 가리라
시도 때도 없이 꽃 피우던 날 이제는 멀어지고 눈 앞은 아득한데
떨어진 꽃잎 꾹꾹 눌러 밟아도 꽃물 한 방울도 배어나지 않는
내 마른 가슴에 촉촉한 이슬방울 이제 헛된 꿈이런가
멀리 떨어져 안부조차 힘 든 과거 흑과 백의 단순 명료한 그 빛깔도
지금 또 다른 이별을 남김에 앞서 현란하고 유치한 원색
알록달록 세상을 옷 입히며 떠나가고 있네 너, 광기의 화가여
그러나 내 눈에 보이는 것은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
하얀 수의를 입은 너의 실체앞에 드러누운
향기도 없는 나의 죽은 언어 뿐
그 언어를 뒤집고 하늘이 거꾸로 보이도록 솟구치며 이별,
이별이란다 가자고 한다 어디로 어디까지 가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