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눈 뜨게 하는 사랑 ㅡ 은모래
봄을 눈 뜨게 하는 사랑이 있다면
여름을 눈 뜨게 하는 사랑도 있겠지
그 사랑 땡볕에 무르익을대로 익어
한 계절 무성히 꽃 피우다가
꽃 지는 가을이 오면
야위어진 제 몸 가누지 못해
애처로운 눈 빛만 남긴 채
다음 봄에 뿌릴 사랑을 준비할까
인생은 한 번이면 끝이 나
새까만 흙속으로 돌아가지만
자연은 다시 되돌아 오는 것
나는
뿌리 있어 생명을 반복하는 나무가 부럽고
가녀린 생명의 빛을 한 껏 푸르름으로 쏘아 올리는
한 포기 풀이 부러울 때가 있다
아파트 화단에는
벌써 해바라기가 피어
무더운 여름을 예고하며
무어라 나에게 말을 건네오는 것 같아
귀 기울이지 못하는 나를 용서하라
무엇이 그리 바쁘다고 그 환한 얼굴과 마주하지 못하고
매번 곁 눈질하며 총총 걸음으로 비껴가는지..
내일은 꼭 한 번이라도 그 무언의 향기라도 맡아 보련다
내가 뿌리지 않은 곳에도 꽃들은 수 없이 피어나고
그 꽃들은 아름다운 빛과 향기를 나에게 그저 공급해 주고 있건만
나는 무엇을 그들에게 주고 있는가
무어 그리 사는 일 이 바쁘다고 바라보는 것 마저 멀리하고 있나
그대는 보고 있는가
여름을 눈 뜨게 하는 사랑
그 생명의 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