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큰 느티나무 아래서
나는 조금씩 내려앉는 겸손을 배운다
키가 크고 제 몸이 자라는 것을
한 번도 재어 보지 못했을 저 늙은 느티나무를 올려다보며
비로소 나의 낮음을 생각한다
오늘이라 부르는 24시간이 지나고
또 다시 하루가 지나는 동안 그 무수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는 그와 함께 정겨운 얼굴 맞대며
마음 나눈 적 몇 번이나 있었던가
켜켜이 둘러 싼 마음의 벽을 깨뜨리고
허물없이 대화할 수 있는
참 친구를 잃어가고 있는 이 세상에서
그와 한 번도 눈 맞춤 아니했어도
변함없이 묵묵히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는
저 느티나무를 왜 이제야 발견했는지
늙은 느티나무 아래서 남은 내 인생의 길이
무척 짧아져 있음을 느껴보는 이 시간
벌써 느티나무의 꽃도 졌고
나도 아름다운 꽃 피우던 시절 다 보내고
피할 수 없는 세월의 바람을 비껴가고 싶은
쓰잘데 없는 욕망도 모두 접은 지금
이제는 쓸쓸해도 키 큰 느티나무를 바라보며
홀연히 남은 길을 걸으리 나의 떠날 날까지
여전히 변함없이 나를 바라보아 줄
저 늙은 느티나무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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