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 첫 아침에 ㅡ 은모래
여름을 불태우다 사라져 버린 계절의 층계 위로
또 다른 꽃이 핀다
나는 그 꽃을 이름하여 서사 꽃이라 부르고 싶다
꽃을 생각하는 마음엔 벌써 고운 단풍이 지고
여름날 차고 넘쳐흐르던 파도
그 푸른 생명의 색을 한데 묶어 색색이 피어나는 단풍
아 가을인가 라고 내뱉을 수 있는 한가닥 마음의 표현은
또 한 편의 서정시를 자아내겠지
해바라기 장미와 함께 잠든 작은 내 가슴의 정원에
소슬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이어 풀벌레 소리도 잦아들면 곧 귀뚜라미가 등장하겠지
알알이 화려한 빛으로 내면을 익혀가는 들판에는
주렁주렁 곡식이 매달려 갈 바람에 가벼이 온몸을 흔들며
풍요의 가을을 노래하리라
가을은 찬란한 운명의 꿈이라고 어느 노 시인님이 말했던가
그래 찬란한 가을
자연에 순응하는 만물을 바라보며
나도 이 찬란한 금빛의 가을을 조용히 맞아들이고 싶다
그리고 꿈을 꾸고 싶다
아주 아주 소박한 꿈을 그래 찬란한
아, 가을
가을이여
구월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