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바늘꽃 / 은모래
분홍바늘꽃
내 언젠가 너를 본 적이 있지
눈에 담고 가슴에 담아 너를 바라보았건만
어느 새 나는 너를 잊어버리고 다른 꽃의 향기를 맡고 있었구나
벌써 몇 해가 지나버렸네
무더운 칠월의 어느 여름 날
몇일동안 알래스카를 방문한 적이 있었지
그 때 여행을 하면서 끝없이 펼쳐지는 어느 강가 풀섶에 군락을 이루며 피어있던 너
향기보다 모습이 아름다와 지나는 길을 멈추고
너를 마주하며 인사하였지
거기서 나는 너와 함께 눈 마주하며 설레이는 가슴으로
처음보는 신기한 네 이름을 물었지
fireweed!
한참을 머물며 사진도 찍고 떠나기 아쉬운 걸음으로 등을 돌렸지
그리고 잠깐 너를 잊었었다
그 후 한 두해 지났을까
나는 너를 아주 가까이서 본적이 있었다
아마 햇살 따스한 오후 어느 봄날이었을거야
길을 지나다 우연히 꽃집앞에 발길 멈추어 너를 보았다
생전 처음 보는 꽃 너무 예뻐 이름을 물었더니
바늘꽃이래
나는 당장 화분에 심겨진 너를 우리 집으로 데려왔어
보기만 하여도 기분좋은 꽃
마치 하늘로 솟아 오르고 싶은 나의 마음을 눈치라도 채듯
홀쭉한 꽃대 사이 앙징스럽게 피어오른 너의 어여쁜 모습을
매일 매일 인사하며 들여다 보던 어느 날
점점 생기를 잃고 시들어져가는 너를 가만히 살펴보니
그 작은 꽃잎 아래 아주 까만 작은 점이 스물 스물 움직이고 있지 않나
부지런히 물도 주고 사랑을 주었건만 그렇게 시름 시름한 네 모습의 원인이 바로
그 까만 벌레였다니...
점점이 꼭꼭 박힌 얄미운 그 벌레들을
일일이 하나 하나 손으로 잡아내고 다시 생수를 뿌려 주었더니
그 정성과 사랑을 눈치 챈 너는 금방 생생한 꽃잎으로 다시 살아나
내게 아름다운 웃음을 선물해 주었지
그런데 때가 되었나봐
너는 점점 시들어 내 시야속을 빠져나가
끝내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그 때의 그 허전함이란...
그리고 그 이후 계속 바늘꽃이 있나 하고 살펴보기도 했지만
곧 또 너를 잊어버리고 만 거야
그런데 바늘꽃아
오늘 fireweed의 사진과 글을 올리면서
이리 저리 컴을 검색하다가
바로 그 fireweed가 너였음을 분홍 바늘꽃이었음을 알았구나
나 정말 바보 같아
미안해 바늘꽃
아마 오늘부터 너를 평생 못 잊을 것 같아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너를 가까이 두고
기쁨의 웃음을 함께 나누어 보리라
fireweed, 바늘 꽃,
어여쁜
내 사랑의 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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