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이 웃는다 ㅡ 은모래
팔월이 웃는다
폭염을 거느리며 쫓기고 밀려 시달렸던
한 여름 밤의 무서운 꿈은 사라졌어도
열정의 남은 소나기를 품은
저를 사랑하라고 저항하지 말라고
그러나 포기하지도 말라고
눈빛이 맑은 팔월이 웃는다
왕매미 아침 저녁 목 놓아 울고
침묵의 하늘 아래 고개 떨구며
배롱나무 빨갛게 눈시울을 적신 팔월
나도 말 없이 눈물 흘렸지
이미 떠난 라나의 쓸쓸한 방에 홀로 앉아
태평양 옆 오렌지 바다에 사는 난 가을이야
메모된 그림 한장을 들여다 보는
나를 보고 웃는다
떠나 갈 팔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