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오월 아침 ㅡ 은모래
그대 마음도 젖었겠네
내 마음도 젖어
기다리던 오월 아침 비가 내린다
떨어진 꽃잎 위를 가만히 걸어 보아
눈물이 사라지고 슬픔도 전혀 없네
젖은 가슴으로 마음을 열어 보아
빗 속에 찰랑이며 떠오르는 환한 웃음
가득 차 오르는 마음의 기쁨
비록 너와 나 마주하지 않아도
내가 머금은 이슬 한 방울이 떨어지고 지면에서 사라지기 시작하면
아침이 오는가 신록이 눈부신 새 아침
신록ㅡ!
그것은 슬픔을 딛고 일어선 회복의 푸른 기폭(旗幅)이다 라고
존경하는 어느 시인님이 말씀하셨지
지극히 평화를 구가해주는 것이 신록이긴 하지만
이미 진꽃, 가지에 되돌아가지 못하여 화락은 고독을 희석한다는 그 말씀에
얼마나 공감이 가는지...
나도 꽃잎처럼 떨어지고 되돌아갈 수 없는 이 생의 마지막 길,
이 땅위에 다시는 디디고 설 힘이 없는 그 때에 고독이 온 몸에 배어올까...
아, 지금 이 시간 아직 꽃 숨 떨어지지 않고 내가 설 땅이 있음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지금쯤 녹음짙은 숲속에선 빠알간 버찌가 익어가고 하이얀 아카시아 꽃향이
온 숲을 감싸고 있으리
쓸쓸한 죽음을 생각하며 마지막에도 향기론 꽃향을 뿌려
온 천지가 아름다운 향기에 사로잡히도록
하여,초연한 기쁨으로 마지막을 맞도록 생각해 보는 이 시간
음악은 다시 경쾌하게 빠르게 흘러가고 내 심장 또한 의심없이 뛰는구나
아, 살아있어 움직이는 세상이여 나의 모든 것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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